“종중 대표자가 땅을 팔았는데, 나중에 총회결의가 없었다며 매매가 무효라고 소송을 당했어요.”
종중재산은 단순한 사유재산이 아니라, 조상들의 제사를 이어가고 구성원 간 유대를 다지기 위한 '공동재산'입니다. 그런데 종중 규약이나 총회 절차를 무시한 채 부동산을 매매한 경우, 매수인은 돈을 다 주고도 땅을 빼앗길 수 있어 큰 혼란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종중재산의 법적성질'을 중심으로, 처분시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정리해드립니다.
종중은 혈연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비법인 단체로, 구성원인 종중원 전체가 종중재산을 집합적으로 소유합니다. 이를 총유라고 하며, 종중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재산 소유 형태입니다.
총유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종중원이 임의로 처분하거나 나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종중재산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종중 전체의 합의, 즉 총회 결의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종중재산을 유효하게 매매하려면 아래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를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종중규약에 정한 절차에 따라 대표자가 권한을 행사할 것
·총회 소집 및 결의를 적법하게 진행할 것
만약 이 절차를 생략하거나 위조한 문서를 사용했다면, 매매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중요한 점은 상대방이 이 사실을 몰랐더라도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매수인이 선의였다고 해도 보호받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매수인은 소유권을 잃지만, 지급한 매매대금은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종중 계좌로 대금이 입금되었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종중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반환을 거부할 수 있고, 매수인은 대표자를 상대로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 법원은 대표자의 행위가 외형상 종중업무로 보인다면, 종중도 민법 제35조를 유추 적용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단, 매수인이 절차 위반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종중의 책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예외도 있습니다. 종중재산을 팔면서 중개수수료를 약정한 경우, 이는 재산 자체의 처분이 아닌 ‘관리행위’로 분류되기 때문에 총회결의 없이도 유효합니다. 즉, 종중은 중개수수료를 반드시 지급해야 합니다.
종중재산은 그 성격상 처분 시 높은 종중재산의 법적성질을 요구합니다. 단지 “대표자가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반드시 총회결의 유무, 대표자 권한, 규약 여부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하고, 종중 측에서는 절차를 생략한 처분이 사후에 어떤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사전에 파악해둬야 합니다.
이미 계약이 진행되었거나 법적 분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법률전문가와 함께 종중재산의 법적성질을 이해하고 정관 및 회의록 등을 확인하여, 소송 가능성까지 감안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