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금도 모두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부 종중원들이 '총회 결의가 없었으니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합니다. 소유권을 지킬 수 있을까요?"
부동산 매매 분쟁 상담 시, 종중과 적법하게 계약을 체결했다고 믿었으나 뒤늦게 총회 결의 부재를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당하는 의뢰인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종중재산 매매 분쟁은 계약 당시 총회 결의가 없었더라도 사후 '추인' 절차를 통해 계약을 되살릴 수 있으며,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추인 결의는 계약 시점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발생시킵니다.
본고에서는 실제 소송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쟁점인 총회 결의의 필수성, 추인의 법리와 그 요건, 그리고 표현대리 주장의 한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흔히 '종중 대표자가 서명하고 날인했으면 유효한 계약'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종중재산 처분의 법률관계는 전혀 다릅니다.
핵심은 '대표자의 서명'이 아닙니다. 종중 소유의 재산은 법적으로 총유에 해당하며,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원칙적으로 사원총회, 즉 종중 총회의 결의를 따라야 합니다.
즉, 종중 대표자가 독단적으로 계약을 체결했거나 이사회 결의만 거친 경우에는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는 종중 대표자의 행위가 '무권대표 행위'로서 무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재산 처분에 관한 총회 결의가 없었다면 그 매매계약은 무효입니다.
이는 매수인이 계약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이기도 합니다.
계약 당시 총회 결의가 없었다고 해서 즉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계약 당시의 하자'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은 무권대표 행위라 하더라도 본인(종중)이 사후에 이를 인정하는 '추인'을 하면, 행위 시로 소급하여 유효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즉, 매매계약 이후에라도 종중이 총회를 열어 "과거의 매매계약을 인정한다"라는 결의를 끌어낸다면, 그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한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부산고등법원(창원) 2023나13841 판결
매수인이 토지를 매수했으나 계약 당시 적법한 결의가 없어 무효가 될 위기에 처한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 당시 결의가 없었으므로 일단은 무효이나, 소송 진행 중 종중이 임시총회를 열어 과반수 찬성으로 매매계약을 '추인'했으므로 계약 체결일로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었다고 판단
이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이후라도, 종중 내부의 우호 세력과 협력하여 적법한 추인 총회를 개최한다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추인 결의가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추인 결의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은 "추인 결의 자체도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재차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주고등법원 2023나223915 판결
매수인 측이 "전임 집행부가 정기총회에서 계약을 추인했다"라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부동산 처분과 같은 중요 안건은 정기총회라 할지라도 사전에 회의 목적 사항(안건)으로 통지되어야 하며, 해당 총회는 안건 통지 없이 진행되었으므로 종중원들이 이를 예측할 수 없었고 따라서 추인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
결국 추인을 시도할 때는 다음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적법한 소집권자: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가 총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전체 종중원 통지: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종중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안건 명시: 회의 목적 사항(매매 추인)을 명시하여 통지해야 합니다.
·절차적 완결성: 모든 법정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종중회장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믿었으니 보호해 달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입니다.
핵심은 '선의의 믿음'만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항변은 민법상 '표현대리' 법리에 해당하나, 종중재산 분쟁에서는 이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종중 총회 결의 요건을 강행 규정적 성격으로 보아, 대표자의 권한을 넘은 처분행위에 대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규정을 준용하지 않습니다.
즉, 매수인이 "몰랐다"라고 해서 보호받을 수 없으며, 스스로 결의 유무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입니다.
종중재산 매매 분쟁은 단순히 "계약서가 있다"는 주장만으로 승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총회 결의 부재로 인한 무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중 내 우호 세력과 협력하여 적법한 추인 총회를 개최하고, 소집권자의 정당성·전체 종중원 통지·안건의 명시 등 절차적 완결성을 철저히 갖추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총회 결의 부재를 들어 계약 무효를 주장하거나, 추인 절차의 하자를 문제 삼을 때 당황하지 마십시오.
복잡한 법리 해석과 까다로운 절차적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뢰인의 소중한 재산을 최대한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전략을 지금부터 수립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