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께서 별세하시기 전에 자필로 유언장을 남겨주셨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날인(도장)이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형식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부친께서 남기신 뜻은 전혀 효력이 없는 것입니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던 유언장이, 막상 현실에서는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자필,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등)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가 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나 유언장의 형식이 흠결되었다고 하여 고인의 의사를 무조건 포기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고에서는 무효인 유언장을 유효한 법적 권리로 전환하는 '사인증여(死因贈與)'의 법리와 이를 인정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법적으로 유언(유증)과 사인증여는 효과는 동일하나 성립 요건이 상이합니다. 둘 다 '사망 시 재산을 이전하겠다'는 점은 같으나, 그 법적 구조에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유언(유증): 유언자가 단독으로 작성하는 일방적 행위입니다. 따라서 법은 위조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매우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며, 하나라도 흠결되면 무효가 됩니다.
사인증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계약'**입니다. "사망 시 증여하겠다"는 청약과 "감사히 수령하겠다"는 승낙(동의)이 있으면 성립하며, 특별한 형식을 요하지 않습니다. 즉, 유언장으로서의 형식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였더라도, 고인과 상속인 사이에 **'증여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수 있다면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자필 유언장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증여의 의사'와 **'수증자의 동의'**가 확인되면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2007가단22957, 서울고등법원 2020나2044528 등
유언증서가 방식에 위배되어 무효라 할지라도, 고인이 사망 시 특정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재산을 수령하는 상속인(수증자)이 이에 동의하였거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고인이 유언장이 무효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사인증여 계약이라도 체결하였을 의사가 인정되는가?
상기 요건이 충족된다면, 그 문서는 단순한 무효 문서가 아니라 유효한 증여 계약서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결국 소송의 핵심은 **'수증자의 동의가 있었는가'**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유언은 단독 행위이지만, 사인증여는 쌍방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을 때 '동의(합의)'가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유언장 작성 시 상속인이 동석하여 함께 날인한 경우 유언장에 날인은 하지 않았더라도, 생전에 그 유언장을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었던 경우 고인이 유언의 내용을 상속인에게 미리 고지하고, 상속인이 이를 수락하는 대화나 정황이 있는 경우
자필 유언장에 주소가 누락되었거나 날인이 없어서 고민하고 계십니까? 형식적 요건 미비로 유언 자체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고인의 의사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원은 형식이 흠결된 유언장이라도, 그 실질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면 '사인증여 계약'으로 전환하여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인과 수증자 사이에 묵시적인 합의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입니다. 유언장이 무효라고 성급하게 포기하기보다는, 당시의 정황 증거를 수집하여 법적으로 유효한 사인증여 주장이 가능한지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를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