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잔금을 주지 않으니 등기를 넘겨줄 수 없습니다”라는 표현입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서로를 향해 ‘당신이 먼저 하라’고 주장하는 이 상황은 단순한 고집이 아닌, 실제로 민법상 ‘동시이행항변권’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자주 쟁점이 되는 이 동시이행항변권의 법적 구조와 요건, 그리고 판례를 통한 실무 적용 기준을 정리해드립니다.
민법 제536조
쌍무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 제공 없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할 경우, 상대방은 이행을 거절할 수 있음
이를 ‘동시이행항변권’이라 하며, 부동산 매매와 같이 대가적 계약에서 적용됩니다.
즉, 매도인은 등기이전 의무, 매수인은 잔금 지급 의무를 지며, 이 둘은 대가관계에 있으므로 이행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는 원칙이 전제됩니다.
이 권리는 언제든지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양측 의무가 모두 이행기에 도달한 경우에만 동시이행항변권이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상 매도인이 불법 점유자를 먼저 퇴거시켜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면, 이는 선이행 의무에 해당하므로 매수인은 그 이행 전까지 잔금을 유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잔금 지급일과 등기이전일이 모두 도래했다면, 어느 일방이든 먼저 이행을 요구하려면 자신의 이행 의사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상대가 안 했으니 나도 안 하겠다’는 태도는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러 판결을 통해 아래와 같은 기준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쌍방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을 경우, 상대방의 이행 없이는 자신의 의무도 지체되지 않는다.
매수인이 등기이전을 청구하려면, 스스로 잔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따라서, 계약 해지나 손해배상 등 적극적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이행 의사 또는 이행 제공을 입증하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법적으로 동시이행항변권이 성립합니다.
·이행기 도래: 상대방 의무도 이행기(지급기일 또는 이행기한)에 있어야 합니다.
·이행 제공: 자신의 의무 이행을 실제로 제공했거나, 그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대가관계(견련성): 서로의 의무가 직접적인 대가관계에 있어야 하며, 독립된 채권·채무 관계라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고액의 자금이 오가는 민감한 계약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시이행항변권은 양측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장치이자 공정한 계약 이행을 위한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이 권리를 잘못 행사하면 오히려 계약 위반, 책임 귀속, 손해배상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아래와 같은 경우들이 자주 문제 됩니다.
·매도인이 유치권 주장하며 등기이전을 지연
·매수인이 대출 지연을 이유로 잔금 지급을 유보
·계약서 특약에 따른 선이행 조건 충돌
이 모든 갈등의 중심에는 **‘이행 제공 여부’**와 **‘이행기의 정확한 해석’**이 자리합니다.
동시이행항변권은 계약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당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이는 모든 계약에 무조건 적용되는 자동권리가 아닙니다.
민법상 명확한 요건과 판례 기준을 충족해야만 제대로 행사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계약 불이행자로 몰릴 수 있습니다.
부동산 계약에서 상대방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등기를 거절하거나 잔금을 미루려는 상황이라면, 먼저 다음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계약서상의 이행기 및 특약 조항
·자신의 의무에 대한 이행 의사표시 여부
·상대방 의무의 이행기 도달 여부
이러한 분석과 판단은 계약서 조항 해석부터 증거자료 정리까지 이어지는 법률적 전략을 요구합니다.
계약 갈등 상황에 직면해 계시다면, 초기 단계부터 부동산 계약 분쟁에 정통한 변호사와 함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