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해버렸습니다. 빌려준 돈을 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채무자가 채무 이행을 회피하기 위하여 가족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거나, 채권자 몰래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는 실무상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악의적 재산 처분'에 대항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핵심 법리와 승패를 결정하는 전략을 검토하고자 합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도 재산을 처분하여 변제 능력을 감소시킨 경우,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법적으로는 이를 '사해행위 취소권'이라고 칭합니다(민법 제406조). 즉, 실제로 채무를 변제할 재산이 없어졌다면 그 재산 처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채무자의 증여계약은 취소 대상이 됩니다.
·피보전채권의 존재: 재산 처분 이전부터 채권이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의 무자력: 재산 처분으로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거나 악화된 경우 (민법 제406조)
그러나 "이는 사해행위입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법원이 '사해행위'라고 판단하는 대표적인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심스러운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가 배우자, 자녀, 또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가?
·채무초과 상태: 채무자가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였는가?
·무상 증여: 아무런 대가 없이 유일한 재산을 증여하였는가?
인천지방법원 판결(2023가단287167)
세금 체납 중 유일한 재산인 분양권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를 '사해행위'로 판단하고 계약 취소 및 가액배상을 명하였습니다.
소송의 결과는 '악의의 입증' 성공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가. 승소 사례 (사해행위 입증 성공)
창원지방법원통영지원 판결(2024가단14458)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동생에게 부동산을 무상 증여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해의사와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된다고 보고 채권액 범위 내에서 취소 및 가액배상을 명하였습니다.
나. 패소 사례 (악의 추정 번복 실패)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2023가단127720)
상속받은 재산을 남편에게 증여한 경우입니다. 수익자가 "장인의 빚을 대신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객관적 증거가 없고 배우자로서 채무 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였다는 점을 들어 악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소송의 가장 강력한 전략은 '악의의 추정'입니다. 증여는 기본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원고가 그 사해성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무상 증여"한 경우, 상황이 변경됩니다.
이 경우 법원은 채무자의 사해의사와 수익자의 악의를 추정하며, 상대방(수익자)이 "선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객관적인 증거 없이 선의를 주장하는 경우, 상대방은 이러한 입증 과정에서 패소하게 됩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기 위하여 가족에게 증여한 경우 지체 없이 대응하여야 합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무상으로 재산을 처분하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사자 간의 특수 관계, 증여 시점의 부자연스러움을 지적하고, 상대방에게 '선의였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만, 제척기간(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재산 은닉 문제도 법률 전문가와 함께라면 해결하여 소중한 채권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